送人 - 정지상
庭前一葉落 (정전일엽락) 마당에 낙엽이 하나하나 떨어지고
松下百蟲悲 (송하백충비) 마루 밑에는 온갖 벌레가 슬피 우는데
最最不可止 (최최불가지) 총총히 떠남을 말릴 수는 없지마는
悠悠何所之 (유유하소지) 유유히 어느 먼 곳으로 가는가?
片心山盡處 (편심산진처) 한 조각 마음은 산자락을 쫓고
孤夢月明時 (고몽월명시) 달 밝은 밤에 혼자 꿈을 꾸고 있네
南浦春波綠 (남포춘파록) 남포의 봄 물결이 푸르를 때
君休負後期 (군휴부후기) 그대여 제발 훗날의 약속을 잊지 마소서
* 葉落 : 가을은 죽음의 계절이고 이별의 계절임을 나타내고자 한 표현이다.
* 百蟲悲 : 온갖 벌레가 슬피 우는 소리
* 不可 : 하지 못하다. 어쩌지 못하다.
* 何 : 어찌 어느(시간, 장소). 무엇 등으로 쓰임. 여기서는 장소를 나타내는 '어느'로 쓰임
* 片心 : 조각 마음. 떠나는 사람을 따라서 떠나고 싶은 화자의 마음
* 山盡處 : 산이 끝난 곳. 산자락
* 休負 : 저버리지 말라. 여기서 休는 금지의 뜻. 잊어버리지 말라.
작품해설
- 시인은 이별을 오래하기 위해 가을의 자연현상으로 시상을 일으킨다.
- 이 작품은 「大同江」에서 노래한 이별과는 다른 차원의 이별을 노래하고 있다.
즉 대동강의 이별을 기약 없는 이별이라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의 이별은 만날 것을
기약하는 이별이다.
그러므로 같은 이별을 하면서도 그렇게 슬프지 않은 이별이 「송인」의 이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동강에서 영원한 이별의 장소로 사용되었던 남포가 여기서는 만남을
기약한 장소로 치환된다.
- 이 작품에서는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이 더 떠나고 싶다는 것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떠나는 사람이 돌아가는 산자락을 따라가는 한 조각 마음은 바로
멀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화자의 생각을 송곳처럼 뾰족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구절에서는 만날 약속을 제발 잊어버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이 작품은 이별을 노래하면서도 「대동강」에서 노래한 이별정서와는 성격이 다른
해후의 이별정서를 작품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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