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었다.
얼마 안 있으면 헤어질 친구들
첫서리가 내린 아침
떠나기 전의 모습을 담아둔다.
가을엔 역시 국화!
(이웃 집에서 얻어온 국화꽃 한 다발)
고목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붉은 감 몇 알
올해 곶감 구경은 다 했다.
해거리를 하는지
열매를 얼마 달지 못했다.
그래도 홍시 한 입 얻어먹으려
산골짜기 온갖 새들이 몰려든다.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억새
장작 한 무더기 장만해 놓았으니
올 겨울도 따듯하게 보내겠다.
서리를 맞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백일홍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푸르다.
황토방 굴뚝 옆에서 해바라기 하고 있는
남천의 붉은 열매
굴뚝을 타고 올라간 능소화가
올해 두어 송이 꽃을 달고 왔었는데
부디 얼어죽지 말고 다시 살아 돌아오기를...
(능소화는 추위에 약한 것같다.)
우리 집에 새로 온 분홍국화
참 음전하기도 하다.
너무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 보다.
분홍아이 따라온 주황아이도
따로 보니 예쁘다.
(사실, 원래 살던 집에서 예쁘지 않다고 설움깨나 받았다.)
생명의 빛은 참 아름다워!
오늘은 바람이 없어
많이 심심한가 보다.
아이들 따라서
나도 하늘을 본다.
아이들 밑에서 올려다보니
하늘이 더 높게 보인다.
조롱조롱 꽃망울을 달고
겨울을 기다리는 산다화 옆에서
메리골드, 백일홍, 나비바늘꽃이
마지막 팡파레를 울려준다.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떠난 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추리꽃 한 송이
때늦은 다알리아가
혼신의 힘을 다해
붉은 열기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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