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이야기
산골짜기 황토방 지붕 위로
싸락눈 내리는 밤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발을 묻고
두 모녀가 언 마음을 녹인다
햇살 보드라운 봄날
비탈진 산밭에 고구마를 심던
어머니는 어느새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고
논둑길 따라 나물캐던 계집아이는
백발이 물드는 노년을 바라보고 있다
해 저물도록 허리 펼 수 없었던
고달픔에 멍든 응어리들이
비포장 고갯길 넘어가듯
하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축축해진 눈시울이 꾸덕꾸덕해질 무렵
팔자소관이려니 체념하는 넋두리가
깊어지는 주름살을 어루만지고 있다
평생 보태어진 설움이
여울지는 길목마다 강물로 넘쳐도
똑같은 세월일랑 반복되지 않기를
젖은 얼굴 마주보며
기도하는 황토방 뜰아래
싸락눈 쌓이는 밤
2017.01.10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