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자리[席]

花雲(화운) 2012. 5. 12. 19:57

자리[席]

 

 

전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오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빈자리를 살핀다

가까운 곳에 자리가 비어있으면

문이 열리자마자 냉큼 달려가지만

잠시 앉아서 가는 전철 안에서

진정한 자기 자리가 어디 있으랴

 

꽃은 피었다가 금세 떨어지는지

샘물이 솟으면 아래로만 흘러가는지

바람 불어왔다가 어디로 몰려가는지

흰 눈 내려 쌓였어도 형체 없이 녹아버리는지

모든 것은 왔다가도 멈추지 않고 가버리는 걸

 

잠시라도 머물 자리가 주어지는 것은

한동안만 앉았다 일어나야 하는 빈자리

한 번 자리 잡은 안락한 자리에

한없이 둥지 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도

저 푸른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이 세상에 변함없는 자기자리가 어디 있으랴

 

 

201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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