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席]
전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오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빈자리를 살핀다
가까운 곳에 자리가 비어있으면
문이 열리자마자 냉큼 달려가지만
잠시 앉아서 가는 전철 안에서
진정한 자기 자리가 어디 있으랴
왜 꽃은 피었다가 금세 떨어지는지
샘물이 솟으면 아래로만 흘러가는지
바람 불어왔다가 어디로 몰려가는지
흰 눈 내려 쌓였어도 형체 없이 녹아버리는지
모든 것은 왔다가도 멈추지 않고 가버리는 걸
잠시라도 머물 자리가 주어지는 것은
한동안만 앉았다 일어나야 하는 빈자리
한 번 자리 잡은 안락한 자리에
한없이 둥지 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도
저 푸른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이 세상에 변함없는 자기자리가 어디 있으랴
2012.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