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고인돌 공원에서/ 김연수

花雲(화운) 2012. 3. 4. 00:11

 

고인돌 공원에서/ 김연수


 

아무도 내 잠을 방해하지 말라는

당부의 표시로

주검을 돌로 덮어 두었나보다

그 깊은 잠끼리도 오순도순

마을을 이루면 따뜻한 피가 돌아

아래뜸에서는 개망초가 꽃망울을 품어 올리고

오늘은 구절초 꽃이 활짝 피어 여름 들판이

온통 물빛으로 출렁인다

문득 적막을 견디지 못하는

매미들의 떼울음 소리

애먼 돌무덤을 쾅쾅 내리치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닌데

통성명도 없는 낯선 사람들까지 몰려와

돌무덤의 내력을 샅샅이 들추어내며

편안한 잠을 자꾸 깨우려 든다

죽은 자의 당부를 잊은 채

그 판판한 돌을 깔고 앉아

금방 바스러질 햇살 같은 웃음을 머금고

기념사진을 열심히 찍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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