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서는 나무
우수수 휘날리는 대로
가진 것 다 놓아버리고
손끝에 칼바람 찌르면
나무들은 거꾸로 물구나무선다
허공으로 가벼이 잔뿌리 펼쳐
햇살도 거꾸로 받고
빗물도 거꾸로 적시면서
흙속에 머리 박은 채
저 깊은 세상으로 향하는 나무
가지 끝에 얼어붙는 달과
수정구슬로 매달리는 별을 품어
긴긴 겨울 나기 하는 동안
추위를 견디며 자라나는 간절한 꽃눈
시린 발로 다시 일어서려
새벽으로 뻗는 꿈을 키운다
201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