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진눈깨비

花雲(화운) 2011. 3. 21. 09:37

진눈깨비

 

 

지난겨울 빛이 그대로 남아있어

가지 끝에 배인 눈꽃 냄새

아직 다 지워지지 않았는데

 

웅크린 대지를 흔드는 진눈깨비

산골짜기 잔설을 녹이려는지

종일토록 내리고 있다

 

기나긴 잠에서 어서 일어나라고

겨우내 껴입었던 겉옷을 벗어내라고

부드러운 숨결로 사랑할 때가 되었다고

밤 깊도록 멈추지 못하는데

 

얼굴 시퍼렇게 어려 있는 수심은

떠나지 않으려는 등덜미 밀어내기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2011.03.20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4'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향(歸鄕)/<물도 자란다>  (0) 2011.04.06
낚시터에서  (0) 2011.03.31
꽃잎 서신  (0) 2011.03.30
시계  (0) 2011.03.29
이길 수 없는 전쟁  (0) 201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