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지난겨울 빛이 그대로 남아있어
가지 끝에 배인 눈꽃 냄새
아직 다 지워지지 않았는데
웅크린 대지를 흔드는 진눈깨비
산골짜기 잔설을 녹이려는지
종일토록 내리고 있다
기나긴 잠에서 어서 일어나라고
겨우내 껴입었던 겉옷을 벗어내라고
부드러운 숨결로 사랑할 때가 되었다고
밤 깊도록 멈추지 못하는데
얼굴 시퍼렇게 어려 있는 수심은
떠나지 않으려는 등덜미 밀어내기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2011.03.20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4'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향(歸鄕)/<물도 자란다> (0) | 2011.04.06 |
---|---|
낚시터에서 (0) | 2011.03.31 |
꽃잎 서신 (0) | 2011.03.30 |
시계 (0) | 2011.03.29 |
이길 수 없는 전쟁 (0) | 2011.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