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벌건 대낮에
발가벗겨 오랏줄에 묶인 채
저리 허공에 달려 있나요
지나가는 바람의
심술궂은 발길에 채이며
뭇 시선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도 없이
하얀 거품으로 말라
오그라드는 몸뚱이에
햇살의 채찍으로 돋는 상처는
아픔보다 더 빨간 헌생(獻牲)인가요
부끄러움 무릅쓰고
붉은 속살 드러내어
스스로 제물이 되는 것은
만인 앞에 드리는 달콤한 공양인가요
2011.01.03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