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사이로
힘써 피워 올렸던 잎을 떨어내고
찬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는 나무
힘겹게 살아온 날들을 벗어내고 싶었던 걸까
햇살이 줄어들 때마다 움츠러들어
찬 입김에 흔들리며 쉰 울음 우는 것은
물색없이 살아온 날들을 후회하고 있는 걸까
바싹 마른 가지로 침묵하고 있는 것은
무거운 것 내려놓고 맺힌 맘 풀어내어
오직 맑은 영혼으로만 하늘을 담으려는 몸짓
훤히 속살 보이는 수풀 사이
가랑잎 속에 묻힌 빛바랜 시간 속으로
미처 나누지 못한 표정들이 서성이고 있다
201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