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하늘 억새/ 박종영

花雲(화운) 2010. 12. 19. 08:25


하늘 억새/ 박종영


산을 오르다 보면 억새는
언제나 산을 향해 머리를 푼다

은빛 웃음으로 조아리는
한 움큼 이별의 말씀,
산 위로, 산 위로만 올려보내는 춤사위

풍경 한 폭 멈춰선 산허리 어디쯤,
큰 고요가 서러워서
저토록 머리 풀고 이별을 손 흔드는 것인가?

산굽이 돌아 바라만 봐도 오싹해지는
저, 초록 물빛 선선한 바람따라
동동하게 여문 가을 들녘,

무더위 밀어내고 일어선 황토길에
보송보송 목화송이 하르르 하얀 웃음 흩날리고,
덩달아 나도 하얗게 흔들리고.

'花雲의 배움터 > 詩와의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나만 남았다/ 이생진  (0) 2011.01.04
청매/ 김혜숙  (0) 2010.12.24
두루마리 화장지/ 고미경  (0) 2010.12.11
구로동 가을/ 정이윤  (0) 2010.11.26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0) 2010.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