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 오남희
(2010,11월호 게재)
매화꽃 같은 어머니 손 끝에서
반질반질 윤기 흐르던 얼굴들
배부른 항아리 안에선 행복에 부푼 꿈들이
햇살로 익어갔지.
채송화 맨드라미 키 재기하며
색색의 꽃망울들 웃음짓던 장독대
십이지간 길일에 메주를 품고
숯과 고추로 금줄을 달아 바람의 맛도 익혔지
청자 항아리보다 더 사랑받던 세월
별 우려진 간장 항아리엔
밤빛이 배어 흐르고
어머니의 양수가 은하수로 흘렀지
달 같던 묵사발에 하늘 떠 놓고
치성을 드리시던 어머니
끝내 별님따라 떠나시고
주인 잃은 항아리들 빈 가슴엔 찬 바람만 일더니
그리움에 금간 상처들
상실의 무게로 깨어진 꿈들은
서슬퍼런 비수로남아
어머니 옷자락 흘러내린 달빛을 견디지 못해
밤마다 제 살을 찔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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