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사는 세상
우리 집 강아지
'똘이'는 순둥이라서 다툴 줄을 모르고
'설이'는 샘쟁이라서 애교가 넘치고
'진저'는 개성적이라서 주관이 뚜렷하다
밥 챙겨주는 사람보다
산책 시켜주는 사람을 더 따르는 건
먹는 것보다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
먹는 건 대충 먹어도 상관없지만
즐거움이 충족되어야 행복하다는 얘기다
일 년 열두 달
목줄에 매여 허접한 것을 먹으며
마당 밖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
사람은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라서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산다
좋은 주인 만나면
상팔자로 솜 방석에 앉아 살고
독한 주인 만나면
개 팔로자 철창에 갇혀 살아야 한다
주어진 생이 전부인 줄 알고
주인 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犬生
그들이 사는 생애엔
꿈도 없고 좌절도 없다
20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