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가는 길
올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왔다
비가 언제 내릴 지...
바람이 어디로 불 지...
눈이 얼마나 쌓일 지...
그래도
넓은 들이 아늑해서 고맙고
푸른 하늘이 높아서 좋았다
산천 어디에서든
생명은 돋아나고
색색가지 꽃들 지천으로 피어나
솜씨있게 한 상 차려 놓으니
모든 것이 축복이라 여겼다
찬바람 파고들어
앞사귀 가장자리부터 저려오는 아픔
더 이상 나뭇잎을 살릴 수 없는
나무의 서러운 고통을 보았다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어
살 점 하나씩 떼어내는 피 빛 이별
그 마저도 축복이라 여겼다
2020.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