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불어오면
큰 바람이
산을 넘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산등성이마다
서로 기대고 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높이 선 나무가
먼저 바람을 맞으면
낮은 나무가 뱃심을 주기도 전에
여린 가지가 부러지고
안간힘으로 버티던
또다른 나무가 쓰러진다
막 피어나던 꽃들이 울고
뜯겨진 속살들이
굵은 빗방울에 쓸려가는 밤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꽃잎 대신
산마루에 걸려있던
전깃줄이 통곡을 한다
허물어지는 목숨들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느냐고...
큰 바람이 산을 휩쓸면
미처 숨 고르지 못한 나무들이
목이 졸려 고꾸라지는 소리가
검은 하늘로 흩어져간다
2020.08.26
태풍 '바비'가 덮치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