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8

태풍 불어오면

花雲(화운) 2020. 8. 28. 10:14

태풍 불어오면

 

 

큰 바람이

산을 넘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산등성이마다

서로 기대고 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높이 선 나무가

먼저 바람을 맞으면

낮은 나무가 뱃심을 주기도 전에

여린 가지가 부러지고

안간힘으로 버티던

또다른 나무가 쓰러진다

 

막 피어나던 꽃들이 울고

뜯겨진 속살들이

굵은 빗방울에 쓸려가는 밤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꽃잎 대신

산마루에 걸려있던 

전깃줄이 통곡을 한다

허물어지는 목숨들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느냐고...

 

큰 바람이 산을 휩쓸면

미처 숨 고르지 못한 나무들이

목이 졸려 고꾸라지는 소리가

검은 하늘로 흩어져간다

 

 

2020.08.26

태풍 '바비'가 덮치던 밤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8'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씨의 꿈  (0) 2020.09.01
바람이 잔다  (0) 2020.08.30
다이어트  (0) 2020.08.24
마음의 그릇  (0) 2020.08.19
혼잣말  (0)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