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불던 날
큰 나무들이 흔들거린다
위 아래로 출렁거리고
이리저리 너울거리다가
몸통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어린 나무들은
중심을 잡지 못해
곤두박질치다가 뒤집어지며
엎치락뒤치락 정신을 못 차린다
하늘은 어둠으로 가로막히고
겹겹이 물 폭탄을 담은
먹구름이 지붕 위로 몰려 와
시커먼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데
처마 끝에 매달려
오도 가도 못하는 물고기
마침내 재앙이 닥쳐온다고
몸이 부서지도록 종을 치고 있다
2019.09.07
태풍 '링링'이 몰려오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