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비상구

花雲(화운) 2019. 9. 1. 10:42

비상구

 

 

어디선가 말벌 한마리가

집안으로 날아들었다

 

올 여름 그 독침에 쏘여

다리를 절었던 일이 생각나

지레 놀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달리 잡을 엄두도 못 내고

접근조차 못한 채 보고 있자니

오히려 그놈이 쫓기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갇힌 것을 알았는지

어떻게든 나가려고 동쪽으로 난 창을 향해

수도 없이 몸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닌가

 

옳거니, 그 속내를 알았으니

겁먹고 도망 다닐 일도 아니다

일찍이 당한 치욕을 돌려줄 기회라도 된 듯

어찌 빠져 나갈지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연신 유리창에 머리를 들이박다가

창틀 위에 떨어져버린다

지친 듯 잠시 멈췄다가도

탈출을 위한 시도는 계속되었다

 

모든 창문은 닫혀있고

들어왔던 길도 잃어버렸는지 저물도록

탈출구를 찾지 못해 몸부림이다

 

며칠 지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라 죽을 게 뻔한데

사람을 쓰러뜨릴 만한 독화살을 지닌

무적의 투사였어도

제 몸 하나 구해낼 방도가 없어 보인다

 

 

2019.08.30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사람들/<상사화>  (0) 2019.09.06
괜히 결혼했다  (0) 2019.09.03
오랜 친구  (0) 2019.08.21
음악소리  (0) 2019.08.10
낮잠  (0) 2019.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