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어디선가 말벌 한마리가
집안으로 날아들었다
올 여름 그 독침에 쏘여
다리를 절었던 일이 생각나
지레 놀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달리 잡을 엄두도 못 내고
접근조차 못한 채 보고 있자니
오히려 그놈이 쫓기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갇힌 것을 알았는지
어떻게든 나가려고 동쪽으로 난 창을 향해
수도 없이 몸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닌가
옳거니, 그 속내를 알았으니
겁먹고 도망 다닐 일도 아니다
일찍이 당한 치욕을 돌려줄 기회라도 된 듯
어찌 빠져 나갈지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연신 유리창에 머리를 들이박다가
창틀 위에 떨어져버린다
지친 듯 잠시 멈췄다가도
탈출을 위한 시도는 계속되었다
모든 창문은 닫혀있고
들어왔던 길도 잃어버렸는지 저물도록
탈출구를 찾지 못해 몸부림이다
며칠 지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라 죽을 게 뻔한데
사람을 쓰러뜨릴 만한 독화살을 지닌
무적의 투사였어도
제 몸 하나 구해낼 방도가 없어 보인다
2019.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