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연꽃 - 최해
雨荷
貯椒八百斛 (저초팔백곡) 후추를 팔백 가마나 쌓아 두다니
千載笑其愚 (천재소그기) 천년 두고 그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如何碧玉斗 (여하벽옥두) 어찌하여 푸른 옥으로 뒷박을 만들어
竟日量明珠 (경일량명주) 하루 종일 맑은 구슬을 담고 또 담는가.
* 椒: 고기 냄새를 없애 주고 매콤한 맛을 내는 후추
* 千載: 천 년
* 碧玉斗: 푸른 옥으로 만든 됫박. 여기서는 연꽃 잎을 말함
* 竟日: 하루 종일
崔瀣 (1287~1720)?
- 고려 말의 문인. 호가 졸옹(拙翁)인데 바보 같은 늙은이라는 뜻이다.
- 1320년 원나라에 가서 그곳의 과거 시험에 급제하였다. 늙어서는 농사를 지으면서
저술에 힘을 쏟았으며 곧은 성품 때문에 세상 사람의 미움을 받아 많은 고생을 했다.
- 역대 훌륭한 문인들의 시와 문을 모아 《동인지문》25권을 엮었고 《졸고천백》과
《삼한시귀감》 등의 책을 남겼다.
작품해설
- 당나라 때 원재란 사람은 탐욕스런 관리였다. 그는 지위를 이용하여 뇌물을 받아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그가 죽은 뒤 창고를 뒤져 보니, 후추가 무려 팔백 가마나
나왔다. 종유 기름도 오백 냥이나 나왔으며 평생을 써도 절대로 쓸 수 없는 엄청난
양이었다. 그래서 나라에서 이를 몰수하였다.
- 첫 번째, 두 번째 구절에서는원재의 이 탐욕스런 마음을 이야기했다.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으냐고 나무란 것이다.
- 그런데 이 시는 빗속의 연꽃을 노래한 것이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앞에서 난데없이 원재의 한없는 욕심을 말한 것은 세 번째, 네 번째 구절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다.
- 세 번째 구절에서 말한 '푸른 옥으로 만든 됫박'은 바로 넓고 푸른 연꽃의 잎을 말한다.
연못 위로 솟은 푸른 연잎마다 비 구슬을 담았다가는 연못에붓고, 또 담았다가 연못에
붓고 하는 뒷박질이 한창이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연못은 연잎이 하루 종일 모아서
쏟아 놓은 맑은 구슬로 가득 차 버렸다.
- 비록 원재는 후추를 그렇게 욕심 사납게 쌓아 두었다가 후세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지만, 하늘이 준 맑은 구슬을 연못 속에 가득 쌓아 두고픈 시인의 욕심은 아무리
지나쳐도 나쁠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마음이 맑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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