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강물 위로 굴러오는 소리 어느 집 피리일까 - 함허 득통

花雲(화운) 2018. 3. 5. 13:30


강물 위로 굴러오는 소리 어느 집 피리일까 - 함허 득통



聲來江上誰家笛 (성래강상수가적)   강물 위로 굴러오는 소리 어느 집 피리일까.

月照波心人絶跡 (월조파심인적적)   달은 물결 한복판 비추는데 인적 끊어졌네.

何幸此身今到此 (하행차신금도차)   이 몸 지금 여기 도착해 얼마나 다행인가.

倚船孤坐望虛碧 (의선고좌망허벽)   뱃전에 기대어 홀로 앉아 허공을 바라보네.


涵虛 得通 (1376~1433)

- 조선


작품해설

- '강'이라는 조건은 이쪽과 저쪽 사이에 건너기 어려운 단절로서 주어여 있는데, 그

   사이에 한 가닥 청아한 피리소리가 이어준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기를 안타

   깝게 갈구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 인간들을 건네주는 뱃사공이 있다는 사실은 '도

   피안'의 문제요 구원의 문제이다.

- 강을 사이에 두고 나와 피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수평적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 수평적 공간을 넓혀 수직적 공간으로 확장시켜 보자. 하늘에 뜬 달과 강물에 비

   친 달은 하나의 달이다. 달과 강이 하늘과 땅만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엉도 하나로

   만날 수 있음을 약속해주고 있다.

- 달과 강이 원래 서로 만나고 있는 수직적 소통의 원리라면, 소통의 구체적 실현은

   내가 강을 넌멈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나에게 본래 불성이 있어도 나 자신

  이 수행하여 깨우치지 않으면 나는 여전히 중생일 뿐이다.

- 이렇게 수평으로 '나'와 '피리'가 마주하고 있고,수직으로 '달'과 '강'이 마주하고

   있으면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고 있는데 왜 이 통로가 실제로 열

   리지 않아서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인가? 인적이 끊어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함허 스님이 만난 뱃사공과 나룻배는 바로 '불법'과 깨달음을 비유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나룻배를 얻어타고 뱃사공이 노를 젓는 대로 맡겨두고서 뱃전에

   홀로 앉았다. 구원의 길은 일차적으로 홀로 가는 '소승'의 길을 말한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함께 구원의 길을 가는 '대승'의 길은 그 다음의 차원일 것으로

   짐작된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禪詩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