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갈대꽃 눈에 시름 가득하구나 - 도은 이숭인
<登樓>
西風遠客獨登樓 (서풍원객독등루) 하늬바람에 먼 나그네 홀로 누대에오르니
楓葉蘆花滿眼愁 (풍엽로화만안수) 단풍잎 갈대꽃 눈에 시름 가득하구나.
何處人家橫玉笛 (하처인가횡옥적) 어딘가 뉘 집에서 옥피리 비껴들어
一聲吹斷一江秋 (일성취단일강추) 한 소리 불어서 온 강의 가을을 끊는가.
陶隱 李崇仁 (1349~1392)
- 고려
작품해설
- 이숭인이 어느 강변에 있는 누개에 올라 가을 경치를 바라보며 멀려오는 감정을 읊은
것으로 이해된다.
- 첫째 구절은 길을 가다가 길가에 정자로 세워져 있는 누대에올라가는 모습이다.
이숭인이 사신의 명을 받아 중국으로 가는 길인지, 정국에서 밀려 유배 길에 나선
것인지 모르지만, 우선 멀리서 온 나그네라는 사실이 고달픔을 넉넉히 엿볼 수 있게
한다.
- 둘째 구절에서는 누대에 올라 가을 경치를 바라보는 광경과 심경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시인은 단풍잎과 갈대꽃이 눈에 가득 들어오는 광경을 시름이 눈에 가득하다
고 감회를 밝히고 있다. 가슴에 맺힌 걱정 근심이 얼마나 깊이 쌓였으면 아름다운
경치도 모두 시름으로만 비쳐지는 것인지 짐작이 갈 것 같기도 하다.
- 한 나라가 무너져가는 파국의 시대를 살면서 벼슬하는 관료로서 또 자신의 신념을
지켜 가야하는 지식인을서 눈앞에 떠오르는 모든 것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경의
시름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 셋째 구절과 넷째 구절은 어디서 들려오는 피리소리를 듣고 잇는 모습이다. 어느
집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는 청각적 감상을 결합시켜주고 있다. 한 가닥 끊어질 듯
이어가는 피리소리는 가을 강물을 가로질러 누대에 이른다.
- 한 가닥 피리소리가 시인의 애간장을 끊어놓고 있으니, 그 피리소리가 어찌 하늘이
그대로 거울에 비치듯 파랗게 비치는 가을 강물을 끊지 못할 것이며, 어찌 빨갛게
물든 가을 산을 끊지 못할 법이 있겠는가?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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