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 울지 않아 산 더욱 깊네 - 임천 왕안석
<鐘山卽事>
澗水無聲繞竹流 (산수무성요죽류) 산골 물소리 없이 대숲을 감돌고
竹西花草弄春柔 (죽서화초농춘유) 대숲 가 화초들 연한 꽃가지 희롱하나.
茅詹相對坐終日 (모첨상대좌종일) 띠풀 처마 마주하고 종일을 앉았는데
一鳥不鳴山更幽 (일조불명산경유) 새 한 마리 울지 않아 산 더욱 깊네.
臨川 王安石 (1021~1086)
- 송
작품해설
- 新法의 개혁정책을 펼쳐서 도학자들로부터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던 왕안석이 종산
(鍾山)이라는 깊은 산고레 머물고 있을 무렵 봄날의 정취를 읊은 시이다.
- 첫째 구절에서는 쭉쭉 뻗어 보기에도싱그러운 대숲이 눈에 들어오고, 대밭 앞으로
산골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조용히 굽이돌아 흘러가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대'와'물'
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그림이다.
-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올라간 '대'는 불굴의 지조를 상징하고 숲가를 가로질러 수평
으로 흘러내려 가고 있는 계곡 물은 유연한 적응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 '대'가 가치기준을 부동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라면, '물'은 현실적응을 하여
토양을 메마르지 않게 적셔주는 역할을 한다.
- '대'와 '물'은 세상을 이끌어갈 군자가 가져야 하는 두 가지 덕을 형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가 강직한 절개의 의로움을 형상한 것이라면, '물'은 부드러운 변화의 인자
함을 형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대'가 대중을 이끌어가는 군자의 덕을 형상한다
면 '물'은 군자의 지도에 순응하여 따르는 대중의 모습을 형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 '대'와 '물'은 수직과 수평, 정지와 흐름, 강직과 유연의 대조적 두 특성을 지닌 이원적
구조로 이루어진 세계의 긱본형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 둘째 구절에서는 큰 시야에서 작고 미세한 시야고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로 돋아난 줄기나 가지 끝에는 꽃들이 만발했는데 모두 연약하여 바람에 하늘
거리며 꽃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그러나 오래된 굵은 줄기들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어서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알 수가 없을 만큼 움직임이 없다.
- 움직임이 없음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움직이는 대조는 꽃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나 있는 현상이다.
- 전통과 변화가 맞서고 보수와 혁신이 충돌하는 현실이 바로 인간이 사는 사회요, 인간이
살아온 역사이다. 시인은 세상사를 이 꽃가지에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셋째 구절에서 비로소 주인공이 등장한다. 깊은 사색에 잠긴 모습으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뇌와 사색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마지막 구절에서는 깊은 산골의 적막함을 보여주고 있다.새 한 마리도 울지 않으니 산이
더욱 깊은 줄 알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깊은 산은 바로 고독한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중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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