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고 닫기를 편의에 따라하니 - 염계 주돈이
<書春陵門扉>
有風還自掩 (유풍환자엄) 바람 불어오면 도리어 막아주고
無事晝常關 (무사주상관) 일 없으면 낮에도 늘 닫아두네.
開闔從方便 (개합종방편) 열고 닫기를 편의에 따라하니
乾坤在此間 (건공재차간) 우주 변화도 이 사이에 있다네.
염계 周敦頤 (1017~1073)
- 송
작품해설
- 주렴계는 고향이 용릉(舂陵)이요. 이 시는 그의 고향 문짝에다 써 붙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짝이야 집집마다 다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너무나 평법한 일상의 사물을 관찰하면서
우주의원리를 발견하는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 문이란 열고 닫는 기능을 한다. 닫혔다가 열었다가 편의대로 하고 싶어서 만들어 놓은
것이 문이다. 문은 하나의 존재이면서 닫힘과 열림이라는 두 가지 전혀 상반된 기능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대목이 있다.
- 곧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문 자신이 결정하여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어서
자기 의지에 따라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닫는다는 사실이다.
- 단지 "편의에따라"라는 말 한 마디로 그 문이 열고 닫히는 그 위에 사람이 있음을 암시
해주고 있다. 우리 주위에 어디에나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은 이 문짝의 열리고 닫히는
현상이 바로 우주의 변화현상과 상응한다는 사실이다.
- 우주도 끊임없이 한 번 열리고 한 번 닫히는 작용 곧 한 번 '陽'이 되고 한 번 '陰'이 되는
작용을 반복한다. 즉 이 우주의 모든 현상은 바로 열리고 닫히는 작용이요, 이런 작용의
두 가지 기본 형식을 '음', '양'이라 부른다.
- 그러니 한 번 '음'이 되고 한 번 '양'이 되는 현상을 '도'라고 말한다. 우주의 변화와 운행
질서로서 '도'는 바로 '음-닫힘', '양-열림'의 작용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면 우주의 변화작용을 결정하는 주재자는 어디에 있는가? 이 시에서는 문을 열고
닫는 작용만 말함으로써 사람이 그 뒤에 있음을 저절로 드러나게 해주었으며, 사람이
있음을 암시해 줌으로써 주재자가 그 위에 있음을 저절로 드러나게 해주었다. 이 점이
주렴계가 보여주는 화볍의 절묘함이다.
- 이 시의 묘미는 바로 닫히고 열리는 드러남만 이야기 했지, 그위에서 조종하는 존재는
암시만 했을 뿐이다. 이 시를 자세히 음미하며 읽으면 그 보이지 않는 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중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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