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딸
가난한 노모는 외롭지 않다
허리가 점점 꼬부라지고
무릎이 화끈화끈 삐걱거리지만
하루하루 위태로운 날들을
그나마 지탱할 수 있으니 고맙다
숱한 계절이 스쳐간 고향산천이
어찌 변했는지 궁금해도
부담 줄까 내색하지 못하고 있으면
속을 들여다본 듯 집 앞에 차를 대기시킨다
입맛 없어 기운 깔아질 때 쯤
골목골목 맛집 찾아 데려다주니
갈수록 짧아지는 세월 앞에서
넉넉히 해준 게 없어 명치끝이 저린다
다만,
새날이 밝아오면 일어나 앉아
여러 자식 걱정에 무릎 꿇으면
유독 마음고생 잦을 날 없는
맏자식 생각에 눈물고이는 아침
"기도밖에 해줄 게 없어 미안하다.
그래도 네가 있어 힘이 난다."
아프게 잠기는 목소리를 감추며 전화를 건다
2016.06.30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