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채
무자비한 톱질에 산 고랑이 무너진다
울부짖는 나목들이 쓰러져 뒹굴고
신음소리 잦아든 그루터기에선
속살 타는 냄새가 진하게 퍼진다
산등성이 따라 순한 발로 서서
욕심 없이 마을을 내려다보던
나무들에겐 예고 없이 닥친 재앙이다
눈비 내리면 그대로 맞고
내리쬐는 햇살에 온몸 맡기고 살았지만
이젠 바람 불어도 노래하지 않는 숲이 되었다
폭풍우 울고 천둥 번개 불을 뿜어도
커다란 바위틈엔 물 한 방울 고이지 않게 되었다
잘려 나간 흔적만 눈물처럼 남아
새 한 마리 품어 주지 못하는 벌거숭이가 되었다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