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조미자
종이에 손을 베였다
날이 스치는 섬뜩함.
쓰는 대로 받아주고
찢기고 구겨지며
제 몸 내맡긴 듯하더니
무심한 내 손을 기습했다
베인 자리 질린 듯
잠시 후에야 피가 솟는다
종이에는 피 한 방울 안 묻었다
피도 안 묻히고 베는 劍.
세상에 만만한 건 없다고
종이가 일침을 놓는다
그래, 약한 자의 공격은 기습뿐이지
힘없이 구겨지고 찢어지는 종이,
온몸이 무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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