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기습/ 조미자

花雲(화운) 2010. 9. 29. 06:35


기습/ 조미자 



종이에 손을 베였다

날이 스치는 섬뜩함.

쓰는 대로 받아주고

찢기고 구겨지며

제 몸 내맡긴 듯하더니

무심한 내 손을 기습했다


베인 자리 질린 듯

잠시 후에야 피가 솟는다

종이에는 피 한 방울 안 묻었다

피도 안 묻히고 베는 劍.

세상에 만만한 건 없다고

종이가 일침을 놓는다


그래, 약한 자의 공격은 기습뿐이지

힘없이 구겨지고 찢어지는 종이,

온몸이 무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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