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강연옥
누군가 보름달을 하늘에 걸기 위해
대못을 쾅쾅 치고 있는 밤입니다
천정이 단단한지 쉽게 박히지 않아
쇠뭉치 끝에서 불이 튀고
붙어 있는 벽지에 두껍게 뭉쳐 있던 구름에도 금이 가서
속에 담겼던 물이 주룩주룩 쏟아집니다
더러 남은 구름이 열린 문으로 불어온 바람에 흔실흔실 흩어질 때
한가위라고 둥근 달이 걸렸습니다
목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애써 자신의 사진을 걸었을까요
달 속 어룽어룽 그림자 든 걸 보면
꼭 우리 아버지 홀로 된 딸 안쓰러워 관심 없는 척
끙끙 가슴 앓는 모습입니다
너희들 힘든 것 다 안다고
목수인 아버지가 술 한잔 안 하고도 마음이 짠해서
잘 살라고
잘 살아야 한다고
높이높이 껄껄 웃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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