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허수아비 / 조봉익
매서운 칼바람에 떨며
저 너절너절 찢어진 누더기 나부끼어
펄럭펄럭 소리 내어 우는 것은
외로워도
어찌하지 못하여
터지는 속내 울림이리라
잊혀진 것인지
버려진 것인지
어둡고 기인 겨울 밤
함께 지새웠다면 혹 알 수 있었으려나?
보름이 반으로 접힌 하현달 뜨는 날
춥고 푸른 적막 깔리면서
꺼억 꺽
팔목 비틀리어 무너지는 소리
황량한 벌판 가로질러 구르는
달빛 또한 외로워
휑하니
한 줄기 바람이 지나는 곳
마른 풀잎에 맺힌 서리 반짝이는 그 곳
텅 빈 들판 한가운데
늙으신 아버지 그렇게 서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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