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9

돌 꽃

花雲(화운) 2021. 3. 13. 11:58

돌 꽃

 

 

얼굴을 들 수 없어 바위 속에 숨었다

 

끓는 불구덩이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형벌의 감옥에 갇혀야 했던 최후의 그날

존재를 감추고 싶어 묻혀있다가

갈고리에 걸려 세상 밖으로 끌려나왔다

 

아무도 꽃인 줄 몰랐다

차라리 맑은 물 흐르는 깊은 계곡에서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남아있는 허물 씻고자 해도

상처투성이로

아무도 모르게 박혀있을 수 없었는지

송곳 같은 눈에 들켜서 곤욕을 치른다

 

치욕을 벗지도 못한 채

깎이고 쪼여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얼굴

남들은 돌 속에 피어난 꽃이라고 환호하지만

숨기고 싶은 수치심은 원죄로 굳어졌다

 

제발 그대로 두어라!

뻔뻔한 속살 드러내고 싶지 않을 테니

속죄하는 꽃으로 영원히 피어있게

제발 내벼려 두어라!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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