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꽃
얼굴을 들 수 없어 바위 속에 숨었다
끓는 불구덩이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형벌의 감옥에 갇혀야 했던 최후의 그날
존재를 감추고 싶어 묻혀있다가
갈고리에 걸려 세상 밖으로 끌려나왔다
아무도 꽃인 줄 몰랐다
차라리 맑은 물 흐르는 깊은 계곡에서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남아있는 허물 씻고자 해도
상처투성이로
아무도 모르게 박혀있을 수 없었는지
송곳 같은 눈에 들켜서 곤욕을 치른다
치욕을 벗지도 못한 채
깎이고 쪼여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얼굴
남들은 돌 속에 피어난 꽃이라고 환호하지만
숨기고 싶은 수치심은 원죄로 굳어졌다
제발 그대로 두어라!
뻔뻔한 속살 드러내고 싶지 않을 테니
속죄하는 꽃으로 영원히 피어있게
제발 내벼려 두어라!
202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