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서울이라 벗님네 편안히 지내시는가?- 이숭인,권근

花雲(화운) 2018. 7. 31. 11:19


한 줄기 시내는 맑고 사방 산은 깊으- 이숭인



一溪澄淨四山深 (일계징정사산심)   한 줄기 시내는 맑고 산은 깊으니

白日翛然世外心 (백일소연세외심)   세상 밖의 마음이라 한낮에도 그윽하구나.

京國故人安穩未 (경국고인안온미)   서울이라 벗님네 편안히 지내시는가?

因風莫惜報徽音 (인뭄막석보휘음)   인편을 만나거든 소식이나 전해주오.


* 이숭인의 시는 현전하는 『도은집』에는 보이지 않고 권근의 『양촌집』에 부록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작품해설

도은(陶隱) 이숭인(1347~1392)은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와 함께 三隱의 한 사람으로

불린 고려 말 문인이다. 정몽주의 당이라 하여 삭직당하고 멀리 유배되었고, 조선의

개국에 이르러서는 정도전이 보낸 자객에 의해 유배지에서 장살(杖殺)당한 이숭인의

절친한 벗이 바로 조선의 건국 공신으로 조선 초기의 문물제도 정빙 앞장선 권근이었다.

이숭인과 권근, 이 두사람의 운명이 갈리기 전 그들이 보여준 우정의 자취를 좇아 보자.

전원에 물러나 있는 이숭인이 먼저 서울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는 벗 권근에게 시를

부쳐 안부를 묻자 권근이 답장으로 시를 지어 보냈다.두 시가 마치 합주를 하는 듯하다.



차운하여 도은에 부치다- 권근

次韻寄陶隱(차운기도은). 『양촌집』권2


門外黃塵萬丈深 (문외황진만장심)   문 밖에는 누런 먼지 깊이가 만 길이라

春生京國獨傷心 (춘생경국독상심)   서울에 봄이 오나 나 홀로 마음 상하네.

知君白日翛然味 (지운백일소연미)   알겠구나, 그대의 한낮 그윽한 맛

莫向人間玉爾音 (막향인간옥이음)   이곳 속세를 향해서 이야길 말아 주오.


누런 먼지가 만 길이나 뒤덮인 서울이라 봄이 와도 봄을 진정 누릴 길 없는 곳에 권근은

남아 있다. 그런 자신에게 속세 밖 한가로움이 넘쳐나느 시를 벗이 보내왔다. 그래서

권근은 "그대의 한낮 그윽한 맛, 이곳 속세를 향해서 이야길 말아 주오"라고 능청스레

대꾸하고 만다.

한 사람은 관직에 나가고 한 사람은 관직에서 물러나 있어 두 사람의 길이 갈리었어도

서로를 생각하는 변치않은 우정을 엿볼 수 있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