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 윤선도
木槿
甲日花無乙日輝 (갑일화무을일휘)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一花羞向兩朝輝 (일화수향양조휘) 한 꽃으로 두 해님 보기가 부끄러워서다.
葵傾日日如憑道 (규경일일여빙도) 날마다 새 해닌 향해 숙이는 해바라기를 말한다면
誰辨千秋似是非 (수변천추사시비) 세상의 옳고 그름을 그 누가 따질 것인가.
* 辨: 변별하다
* 是非: 옳고 그름
尹善道 (1587~1671)
- 조선 중기의 시인. 호는 孤山. 본관은 해남이다.
-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여러 학문에 능통하였다. 성품이 강직하여 여러 차례 바른 말로
상소를 올려 그때마다 귀양을 갔다.
- 남인이었던 그는 당시 집권파인 서인의 미움을 받아 평생 많은 좌절을 경험하였다.
- 시조 창작에 뛰어나 〈어부사시사〉, 〈오우가〉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으며 임금을
생각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한시도 많이 있다.
작품해설
- 윤선도는 무궁화를 '一日花'하고 불렀는데, 이 말은 하루밖에 못 가는 꽃이라는
뜻이다.
- 중국 사람들은 무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꽃이 하루도 못 가서 땅에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 이름을 무궁화라 하지 않고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 또는 꽃의 화려함이 하루밖에 못 간다고 '하루 영화꽃'이라고 낮춰서
불렀다. 그밖에 가진 것도 없이 뽐내는 소인배를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였다.
- 그러나 윤선도의 생각은 중국 사람과 아주 다르다. 무궁화는 오늘 피었다가 오늘
지는데 하나의 꽃으로 두 해님에게 인사하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보면 무궁하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꽃이 아니라 참으로 순수하고
충직한 마음을 지닌 꽃이라는 것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