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레모네이드 사랑/<상사화>

花雲(화운) 2012. 4. 19. 08:48

레모네이드 사랑

 

 

풋풋한 시절

우리는 가난했던 연인들

햇살 따끔거리는 골목 안 찻집에서

레모네이드 한잔 주문하고 마주 앉았지


얼음 가득 채워진 유리잔에

두 개의 빨대를 꽂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콤하기만 했던 날

새콤달콤한 음료를 홀짝거리며

감미로운 석양이 기울도록 단꿈을 꾸었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한마음이 되려는 길은

속속들이 녹아져야 한다는 걸 미처 몰랐네

 

하나의 컵 안에서

두 생각이 충돌하는 동안

신맛이냐 단맛이냐 으르렁거리다 보면

꿈같은 행복은 물 탄 듯 묽어져버리고

그 상큼했던 만남이

점점 떫어지는 걸 모르고 있었지

 

투명한 유리잔 밑바닥이 보이기 전

사이다 같은 미소를 자꾸만 섞어야 했던 건

사랑의 청량제가 되고 싶었던 갈망

쩔쩔매던 어설픔이 레몬즙순정이었음을

짜릿한 거품이 다 빠져버린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네

 

 

2012.04.17

시집 <상사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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