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사랑
풋풋한 시절
우리는 가난했던 연인들
햇살 따끔거리는 골목 안 찻집에서
레모네이드 한잔 주문하고 마주 앉았지
얼음 가득 채워진 유리잔에
두 개의 빨대를 꽂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콤하기만 했던 날
새콤달콤한 음료를 홀짝거리며
감미로운 석양이 기울도록 단꿈을 꾸었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한마음이 되려는 길은
속속들이 녹아져야 한다는 걸 미처 몰랐네
하나의 컵 안에서
두 생각이 충돌하는 동안
신맛이냐 단맛이냐 으르렁거리다 보면
꿈같은 행복은 물 탄 듯 묽어져버리고
그 상큼했던 만남이
점점 떫어지는 걸 모르고 있었지
투명한 유리잔 밑바닥이 보이기 전
사이다 같은 미소를 자꾸만 섞어야 했던 건
사랑의 청량제가 되고 싶었던 갈망
쩔쩔매던 어설픔이 레몬즙순정이었음을
짜릿한 거품이 다 빠져버린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네
2012.04.17
시집 <상사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