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8

생일 아침에/<상사화>

花雲(화운) 2021. 1. 20. 11:28

생일 아침에

 

 

어머니!

세월 무상해서 제가 벌써 예순아홉이라네요

아침부터 아들 며느리 축하인사 보내오고

딸은 미리부터 맛난 음식 챙겨주었기에

감사하고 먹먹한 아침을 맞이했어요

 

어머니!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춥다는 대한

무릎까지 쌓인 눈 속에서 산고를 치르셨다지요?

미처 다 성숙하지 못한 어린 몸으로

어찌 그 눈물겨운 생산을 감당하셨는지요?

 

병치레 잦은 맏딸 걱정에

고단한 직장생활에 지칠까

빙판길 마다않고 한약 다려 갖다 주시고

이 나이 되도록 약을 챙겨주시는 그 정성

 

자식 낳고 키우느라 내 일만 바빠서

어머니 허리 굽은 것도 모르고

그리 곱던 얼굴에 주름만 남아있는 걸

이제야 애달파 가슴 찢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전신이 부서지는 희생으로

연약한 자식 험한 세상 무사히 살아냈습니다

당신의 그칠 줄 모르는 지극한 기도로

늦게나마 큰 고통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의 반의반만큼도 갚지 못하는 은혜

불편하신 몸이지만 그래도 잘 지탱하셔서

오래오래 저의 앞에 계셔주세요

하루하루가 위로의 날이 되길 기도할 게요

 

 

2021.01.20.

* 시집 <상사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