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8

고라니의 보시

花雲(화운) 2020. 3. 11. 10:55

고라니의 보시

 

 

 상처 입은 고라니가

지난 밤 폭설에 묻혀 숨을 거두었다

밤새 쫒기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었는지

개울가에 엎어져 있고

들녘에 산책 나갔던

강아지들이 연신 냄새를 맡으며

사체 옆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건너 산에서 오락가락하던 까마귀들

벌써 몰려와 맴돌며 우짖는데

새봄을 맞기에 참 배고픈 아침이다

춥고 메마른 겨울 다 지나고 나서

애석하게 죽은 한 생명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 할 텐데

꽃상여는 아니지만

수레에 고이 실어 앞산에 데려다 주었다

덧없는 몸 아낌없이 내어주고

생생하게 뛰어놀던 그곳에서

다음 세상으로 건너가라고……

 

 

202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