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8
바람으로 태어난다면/<상사화>
花雲(화운)
2020. 2. 2. 17:53
바람으로 태어난다면
다음 생이 있다면
무엇으로 태어나면 좋을까
향기 가득한 꽃이 되어도 좋고
훨훨 나는 새가 되어도 좋겠지만
시공을 넘나드는 바람이 되고 싶다
솔숲을 흔들어 노래를 부르고
부서지는 파도를 일으켜
바다와 춤을 추면 즐겁지 아니한가
노를 젓지 않아도
날갯짓을 하지 않아도
먼 곳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
쉬엄쉬엄 놀다가도 좋고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면 신나지 아니한가
그러다가 만약
어디선가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그 이별은 어찌 감당해야 하나
뼈아픈 가슴앓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그라져버리면
함부로 바람이 될 일도 아니다
2020.02.01
시집 <상사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