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흰 머리카락 빠질 때
花雲(화운)
2019. 10. 11. 12:47
흰 머리카락 빠질 때
거울을 보니 이마 위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부쩍 늘었다
하긴 그럴 때도 됐지
친구들은 벌써부터 염색을 한다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
이젠 겉보기에도 할머니 같으니
안으로도 속속들이 노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갈바람 불면 나뭇잎 떨어져 내리듯
우리 인생도 갈무리해야 할 때
머리칼이 하얗게 변하는 건
죽기 전에 회복하라는 인간 본성의 꽃
숱한 욕망과 고뇌를 담았을
남은 한 가닥까지 정화될 수 있다면
검은 꽃보다야 하얀 꽃이 더 제격이지
모태로부터 갓 태어난 그때처럼
여리고 순한 모습으로
이 세상 무사히 건너갈 수 있도록
여태껏 씻어버리지 못한
기나긴 生의 오염을 떨어내는 중이다
201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