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무엇을 더 바랄까/<상사화>

花雲(화운) 2019. 9. 27. 09:08

무엇을 더 바랄까

- 결혼 40주년에

 

 

아들의 나이 마흔이니

결혼한 지 40년이 흘렀다는 얘기다

하얀 면사포 두르고

미래를 약속하던 그날이

지난 밤 꿈속의 일만 같다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변한 건 아이들이 장성한 만큼

따라서 내 육신이 삭아져버린 것

 

산들바람에 코스모스 피던 날

꽃다운 새색시의 모습처럼

불꽃같았던 마음은 예전 그대로인데

세상을 네 번씩 뒤집으면서

고마운 것도 많고

미안한 것도 많다

 

이제 무슨 욕심을 더 가지랴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지금 아니면 다음으로 미룰 수 있게 된 것은

더불어 살아오며 얻은 여유가 아닐까

 

앞으로 50주년을 넘기고

또 60주년을 맞게 되더라도

고단하면 고단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화평한 나날이면 무얼 더 바라랴

 

 

2019.09.24

시집 <상사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