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괜히 결혼했다

花雲(화운) 2019. 9. 3. 12:06

괜히 결혼했다

 

 

칠십이 다 된 남편이 하는 말

 

"요즘 같으면 괜히 결혼했어

 쓰다듬어 주길 하나

 뽀뽀를 해주길 하나"

 

하루 종일 

마주 보고 사는 일도 만만치가 않은데

남편의 투정에

아내는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다

 

직업상 떨어져 있어야 해서

얼굴 보는 건 일 년에 두어 달

열 번도 더 되는 이사를 혼자 하고

두 아이 낳을 때도 혼자 병원에 가고

돌, 백일잔치 뿐 아니라

대학 졸업식도 혼자 참석해야 했는데

남편에겐 야속한 것만 남아서

지난날을 보상 받기 원한다

 

만져 달라

안아 달라

그것도 좋을 때 얘기지

영화 속 다정한 연인처럼

살고 싶지 않은 이 누가 있으랴만

꽃다운 시절

꾹꾹 참느라 주저앉은 세월만큼

뻑뻑해진 마누라를 어찌 모르고 있나

 

 

 

2019.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