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어느 여름 날/<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9. 6. 23. 11:56

어느 여름 날

 

 

풀잎에 스치는

바람 냄새가 좋아서

아침 일찍 마당에 나와 앉아

먼 들녘을 바라본다

어느 새 해님은 머리 위에 올라 있고

이슬은 사라진 지 한참 지났다

배고픔도 잊어버리고

풍경소리 산새소리에

단잠이 찾아오는 여름 날

길고긴 하루는 점점 짧아지는데

에라, 모르겠다!

한낮의 절반이 지나갔어도

그냥 이대로만 있고 싶다

내가 모른 채 있어도

시간은 쉬지 않고 달려가는데

주인 손길만 쳐다보던 누렁강아지

발밑에 엎드려 잠들어버렸다

 

 

2019.06.23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