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꽃가지를 자르며

花雲(화운) 2019. 2. 6. 11:10

꽃가지를 자르며

 

 

누군가 찾아오지 않아도

저 들녘에 있으면

제 모습대로 맘껏 피어나련만

밑동마저 잘린 채

시장으로 팔려온다

 

누군가 보아주지 않아도

비할 데 없는 빛깔

새벽을 밝히듯 맑게 타오르련만

기껏 살아도 열흘이면

삶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아무리 고운 화병에 담길 지라도

바라는 만큼 살 수 없는 목숨

 

이 꽃, 저 꽃

색색이 불러 모아

이런 모양, 저런 모양

작은 동산을 만들면

또 다른 천국이 하나 더 생기려나

 

꽃가지를 자르고

잔가지를 솎아내어

빈 수반에 꽂을 때마다

내내 두고 볼 수 없음을 설워하며

나머지 정성을 바친다

 

 

2019.02.06

우리시 입회 특집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