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8. 11. 21. 11:09

엄마 냄새

 

 

깨끗이 빨아 거듭 헹구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향기

코끝을 적시는 달콤한 냄새는

가슴속을 흐르다

눈시울로 굽이치는 눈물이 된다

 

학창 시절 주말

깊은 산골 고향집에 내려가

따끈한 밥을 먹고 오는 날이면

자취방 빈 냄비 속에

알큰한 냄새가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행여 식사가 부실할까

가지가지 밑반찬을 머리에 이고

신작로까지 바래다주던 20리 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 퍼지는 고소한 냄새는

흙먼지 속에 멀어지는 뒷모습처럼 애달프다

 

담장 밑에 핀 봉숭아 같기도 하고

따스한 화롯불 같기도 하고

장날마다 사주시던 캐러멜 같이

잊히지 않는 기억

그리울 때마다 샘솟는 우물이 된다

 

 

20118.11.20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