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록 본정선사(本淨禪師)/ 075,076
전등록 본정선사(本淨禪師)
(075)
四大無主復如水 (사대무주부여수) 시대는 임자 없어 물과 같이 돌아드니
過曲逢直無彼此 (과곡봉직무피차) 굽은 곳 곧은 곳, 이것 저것 가리지 않네.
淨穢兩處不生心 (정예양처불생심) 더럽고 깨끗한 데에 마음을 내지 않고
壅決何曾有二意 (옹결하증유이의) 막히고 트인 일에 두 생각 없네.
觸境但似水無心 (촉경단사수무심) 경계를 당하여 물같이 무심하면
在世縱橫有何事 (재세종회유하사) 세상을 종횡한들 무슨 일이 있으랴.
* 四大: 몸을 구성하는 4가지 원소. 만물의 구성 요소. 지수화풍.
* 淨穢: 깨끗함과 더러움.
* 壅決: 막히고 트임.
(076)
마음을 흐르는 물 같아야 어디라도 쉽게 흘러가는 것. 아무리 큰 장벽이 앞을 가로막아도 마음은 쉽게 넘어가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가로놓여도 순식간에 달려간다. 그러므로 마음 앞에는 막힘도 트임도,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러기에 어떤 경계를 당해도 그 경계 따라 망상을 일으키지 말고 무심하면 세상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
(076)
見聞覺知無障礙 (견문각지무장애) 보고 듣고 깨달음에 장애가 없으면
聲香味觸常三昧 (성향미촉상삼매) 소리, 향기, 맛, 닿음이 모두 삼매라.
如鳥空中只摩飛 (여조공중지마비) 마치 공중을 저렇게 날아가는 새와 같이
無取無捨無博常 (무취무사무박상) 취할 것도 버릴 것도 항상 함도 모두 없다네.
若會應處本無心 (약회응처본무심) 만나는 모든 일이 본래 무심임을 깨달으면
始得名爲觀自在 (시득명위관자재) 비로소 관자재라 불리우리라.
* 見聞覺知: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
* 名爲: 소위 이름하여.
* 觀自在: 모든 것을 자유로이 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이.
해설
범인의 마음은 경계 따라 움직이고 흔들려 마치 파도치지 않는 호수와 같다. 이런 마음이 경계를 추월하여 고요하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무심히 공중을 날으는 새왁 ㅏㅌ이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고 본래 성품인 무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무심으로 돌아간, 그런 사람을 일컬어 관자재라 이름하는 것이다.
깨달음의 노래 禪詩 303수
권영한 편저. 전원문화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