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산책로/독서이야기

삼한습유(三韓拾遺)- 이승수.서신혜

花雲(화운) 2018. 9. 4. 15:39

삼한습유(三韓拾遺)- 이승수.서신혜

도서출판 박이정. 2003


이승수

  경기도 광주 출생. 한양대 국문과에서 수학. 한문 문헌학을 토대로 신화, 서사적 상상력을 탐색하는 공부를 진행중이다. 『三淵 金昌翕(삼연김창흡) 硏究』『역주졸수재집』 등의 저역서와, 「18세기 전반 사대부의 불교 이해 - 西堂 李德壽의 경우」, 「삼한습유의 기술방식 세 가지」 등의 논문이 있다.


서신혜

  전라남도 영암 生長. 한양대 국문과에서 수학. 학문은 사람들에게 생명과 사랑을 전하는 데에 기여할 때 가장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한다. 「삼한습유의 문한 수용양상과 변용 미학 연구」등의 <삼한습유> 관련 논문과, 「청구야담에 나타난 도교인식의 양상과 그 특징」 등의 설화관련 논문이 있다.


역자 서문에서

  어떤 언어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한자는 특히 사물을 장악하고 사유를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자는 城이다. 안과 밖을 명료하게 구획하며, 견고하고 안전하다. 한자를 기반으로 한 오랜 한문(화)은 자기정체성이 강하다. 우아하고 세련된 대신 야성과 패기가 부족하다. 이건 난숙한 문화가 지니는 공통적인 속성이다. 한자 문화에 빠진 사람은 그 안에 안주하려 하고 좀처럼 벗어날 줄 모른다.


  번역은 능한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한다. 정말로 그 세계가 궁금하여 견딜 수 없는 사람이 한다. 잘잘못을 가리며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점과 아픔을 품어주며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의 한문 실력은 <삼한습유>를 번역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다만 우리는 그 세계가 너무나 궁금했고, 더 잘 이해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을 삼는다. 이 책은 호기심과 애정의 소박한 결과이다. 소박한 결과를 세상에 내놓는 것은, 그래야만 혹 현자들의 눈에 들 수 있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질정이 있으면 힘써 바로잡을 생각이다.


처례

삼한습유 권1

1. 義烈女 향랑 본전(本傳)        2. 향랑과 효렴의 대화            3. 天界의 논쟁         

4. 정의녀 이야기                    5. 역대 황후비빈들의 쟁위


삼한습유 권2

6. 천군(天軍)과 마군(魔軍)의 전쟁

 6.1 마왕의 도전                    6.2 항우의 출전                     6.3 여래의 도움


삼한습유 권3

7. 향랑과 효렴의 혼사             8. 신라의 삼국통일                 9. 지작기(誌作記)


부록/ 교감원문/ 해제

서발문 중에서

三韓義烈女傳序/ 항해 홍길주(沆瀣 洪吉周)

  죽계자 김소행이 지은 바 <삼한의열녀전>을 얻어 읽어본 뒤에야 비로소 확연히 깨달아 지난날의 소견이 여물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 하였다. 그 책은 무릇 세 권인데 대개 신라 여자 향랑이 烈을 지켜 죽은 일을 빌어 서술한 것으로 신비하고 괴이한 말을 뒤섰었으니 다만 한 부의 기이하고 신이한 일을 서술한 문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학문은 천지. 일월. 성신의 度數, 性命, 理氣의 깊은 이치, 예악.병융(兵戎). 충의 효열의 성대함과 인물.귀신.선석(仙釋).요마(妖魔)의 情에서 따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사건은 요순삼대 아리로 제왕.후비.성철(聖哲).현능(賢能).충신.貞女.智士.맹장(猛將) 등의 사적에서 엮어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 글은 육경.삼사.백가의 말과, 시소(詩騷)와 歌曲, 거리의 속된 상말과 배우의 우스개 소리를 포함하지 않음이 없었다. 대저 몇 권의 책으로 한 여자의 일을 서술하면서도 그 망라한 바가 이와 같으니, 진실로 천하의 기이한 재주라 하겠다.


三韓義烈女傳序/ 대산 김매순(臺山 金邁谆)

  글을 짓는 體는 셋이 있으니, 첫째는 간결함이요, 둘째는 참됨이며, 셋째는 바름이다. 하늘이면 하는, 땅이면 땅이라 하는 것을 '簡'이라 하고 나는 것은 물에 잠길 수 없고, 검은 것은 희게 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眞'이라 하며,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것을 '正'이라 말한다.

  그러나 마음의 미묘함은 文을 기다려 드러나므로, 문이란 것은 자신을 펴서 남을 깨우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간결한 말로 부족하면 번다한 말로 이를 창달하고, 참된 말로 부족하면 사물을 빌어다가 비유하며, 바른 말로 부족하면 뜻을 뒤집어 깨닫게 하는 것이다. 번다하더라도 뜻이 창달하면 그 속됨을 혐오할 굿이 없고, 사물에서 빌어오더라도 비유가 제대로 되었으면 그 기이함을 싫어할 것이 없으며, 뜻을 뒤집었더라고 깨우치게 한다면 그 과격함을 병통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 세가지가 아니면 用이 이르지 못하고 體가 능히 홀로 서지 못한다.

  우리 집안 사람 죽계자는 천하의 기이한 선비이며, 그가 지은 <삼한의열녀전>은 천하의 기이한 글이다. 죽계는 약관의 나이에 문장을 이루었으나 늙어 머리가 세도록 세상과 만나지 못하였다. 이 글을 지은 것은 대개 장주나 굴워, 사마천의 무리와 더불어 나란히 달려 앞을 다투고자 함이다. 하뉴의 아래로는 논하지도 않았으니 그 뜻이 비장하다 하겠다. 애석하도다! ...

  다만 세상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고금 문장의 體用의 변화를 궁구치 아니하고 비루하고 허탄하며 지나치다고 의논한다면, 내가 비록 글은 하지 못하나 오히려 능히 죽계를 위하여 변론할 수 있을 것이다.


義烈女傳後跋/ 무태거사(無怠居士)

  마침내 文思의 민첩하고 둔함을 보고자 하는데, 오직 어지러이 빨리 쓰기에 힘쓸 뿐인데도, 항상 미쳐 다 받아쓰지 못하여 애를 먹었다. 바람이 일고 물이 솟아 오르듯 하여 잠시도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일을 기록하는데 동을 말하면 서가 갖추어 지고, 남을 이야기하면  북이 응하였다. 하늘과 땅 사이에 빽빽히 가득 찬 것들이 모두 담겨서, 펼쳐지고 포함되지 않은 것이 없어 수십만 마디의 말에 이를 정도였으나 뜻과 생각은 더욱 새로워지고 국건하여졌다. 중간에 사.부.율(詞賦律)을 넣는데 애초에 마음을 쓰지 않고도 입에서 줄줄 나오며, 옛 책을 옮겨 읊어도 마침내 고칠 곳을 볼 수 없었다. 앞서 문장이 크고 기이하며 변화가 끝없다고 말한 것이 어찌 이를 말함이 아니겠는가. 나는 단지 본 것을 들어 적었을 뿐이니, 그 문사(文辭)의 높음과 變識(변식)의 넓음 같은 것은 아는 사람의 말을 기다리겠다.


죽계선생향할전서(竹溪先生香娘傳序)/ 洪觀植(홍관식)

  이제 그 책을 읽어 보니 작은 제목으로 큰 포부를 펼쳤으며 유불선 삼교를 넘마들고 백가를 꿰뚫었다. 아름답고 곱기는 버들가지나 꽃송이요, 진귀하고 기이하기는 화제(火齊)나 목난(木難)이며, 격렬하고 처량하기는 상비(湘妃)의 거문고나 오랑캐의 피리소리이고 웅장하고 자유롭기는 배가 순풍을 만난 듯 무사가 준마를 탄 듯하며, 꾸며 구조를 이룬 것은 산이 막히고 물이 다한 곳에 갑자기 안탕산(鴈蕩山)과 동정호가 보이는 것과 같으니, 글이 선생에 이르자 변환하여 일정한 방향이 없게 되었다고 말할 만하다.


竹溪先生行/ 서울대본, 고려대본, 장서각 A.B본에 있는 내용이다.

  선생의 성은 김이요, 관향은 안동이며, 이름은 소행이고, 자는 평중이며, 죽계는 그의 호이다. 인조 병자년 척화의 의논 때 세상에서 말하는 청음노인 김상헌의 현손이다. 고조부는 광찬이며 벼슬이 동중추였고, 증조부는 수징이며 벼슬이 적성현감에 이르렀으며, 호는 벽오당이고 문집이 있어서 세상에 전한다. 아버지는 식겸이며 호는 동파이고 문집이 세상에 전한다. 문장과 학식이 소동파에 배견될 만하여 그것으로 이름과 호를 삼았고 자도 또한 그래서 이었다. 좋은 물은 샘이 깊고 향기로운 난초는 뿌리가 깊음을 이로써 알 수 있다. 선생은 영조 을유년에 태어나 철종 기미년에 죽으니, 향년이 95세이다. 장수했다 하여 첨지중추라는 벼슬을 받는 데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