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시를 기다리며/ 정현종

花雲(화운) 2018. 8. 26. 13:19


시를 기다리며/ 정현종


시 안 써지면

그냥 논다

논다는 걱정도 없이

논다

놀이를 완성해야지

무엇보다도 하는 짓을

완성해야지 소나기가

자기를 완성하고

퇴비가 자기를 완성하고

虛飢(허기)가 자기를 완성하고

피가 자기를 완성하고

연애가 자기를 완성하고

잡지가 자기를 완성하고

밥이 자기를 완성하듯이


죽음의 胎(태) 속에

시작하는 번개처럼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문학과 지성사. 1984



작품해설

  "논다는 걱정도 없이/논다". 이 무한한 자유정신은 '현실의 춴칙'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실의 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오로지 존재의 내적 요구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를 완성한다. 무엇에 속밧되지 않은 존재의 순수자유 정신에 의미 부여하는 일, 그것은 "죽음의 태 속에/시작하는 번개"를 우리의 삶속에 존힙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무목적성의 가장 큰 가치이다.



시/ 대학생들이 던진 33가지 질문에 답하기- 엄경희

새움출판사. 2011 

비실용적인 것의 가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