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인에 빠지다- 조혜란
옛 여인에 빠지다- 조혜란
춘향에서 향랑까지. 마음산책. 2014
책머리에
이 책은 고전소설에서 정채(精彩) 있게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 열다섯 명에 대한 글이다. 그녀들의 이름은 춘향, 숙향, 향랑 같은 것들인데 이발소 사인의 세 색깔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쉼표 없이 '춘향숙향향림'처럼 붙여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이름들은 '순이영이영자'와 같은 이름들로 대체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지금 눈으로 보면 조선시대 소설의 주인공들이지만 그녀들 역시 이 세상을 갈아가던 여성들 가운데 하나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선시대의 그녀들은 21세기 오늘날을 살아가는 누구누구와 같은 여성들과 겹쳐져 볓백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다시 살고 있는 듯하다. 그 언저리 어디쯤엔가 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감정에 충실한 사랑의 승리자 춘향,
강한 생할력에 성적 매력까지 겸비한 옹녀,
조선판 인어공주 백능파, 아줌마의 힘 마모
설득의 귀재 향랑, 죽어야 사는 여자 숙영,
남편보다 벼슬을 택한 홍계월....
차례
* 인간 세상을 동경하지마
조선판 인어공주- 『구운몽』의 백능파
처녀귀신 처녀귀신, 이름도 없는- 『만복사저포기』의 그녀
조선시대에도 아줌마는 있었다- 『삼한습유』의 마모
* 욕망 도사리거나 배설되거나
남편보다 벼슬- 『홍계월전』의 홍계월
세상에 이런 일니- 『옥루몽』의 강남홍
음악은 힘이 세다- 『옥루몽』의 벽성선
* 가부장제에서 살아남는 한두 가지 방법
조선시대 가족의 경계, 첩- 『사씨남정기』의 교채란
기득권층의 선한 얼굴- 『사씨남정기』의 사정옥
죽어야 하는 여자- 『숙영낭자전』의 숙영
* 섹슈얼리티는 나의 무기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변강쇠가』의 옹녀
기녀(妓女)와 서녀(庶女) 사이- 『춘향전』의 춘향
책으로 사랑을 배웠어요- 『포의교집』의 초옥
* 버림받은 자들의 귀환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삼한습유』의 향랑
차마 버려진 아이- 『숙향전』의 숙향
입 없어도, 발 없어도- 『금방울전』의 금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