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花雲(화운)
2018. 8. 22. 20:58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서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작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뭇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 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 는지도 모른다
『뿔』 창작과 비평사. 2002
작품해설
이 허전한 배회에는 삶을 오래도록 지켜본 자의 쓸쓸함이 묻어 있다. 시인은 채워질 수 없는 삶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이렇게 내보인다. 오랜 경륜에도 불구하고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니는 마음은 완성되지 않는다.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미완의 심회 속에 시인은 존재한다. 그는 이미 진리에 도달한 도인과 다르다. 완성을 꿈꾸지만 미완을 사랑하는 자, 이것이 시인의 매력이다. 시인은 늘 과정 중에 활동한다.
시/ 대학생들이 던진 33가지 질문에 답하기- 엄경희
새움출판사. 2011
에필로그/ 나는 왜 시를 추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