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부채에 그려 준 그림과 시의 뜻- 김창업

花雲(화운) 2018. 8. 9. 14:46


그대를 위하여 부채에다 무슨 물건을 그릴까나?- 김창업

『노가재집(老稼齋集』권3



作吏風塵豈素情 (작리풍진기소정)   풍진세상에 관리가 된 것이 어찌 본래 뜻이랴?

當年題柱是長卿 (당년제주시장경)   당년에 기둥에 쓴 것이 바로 사마장경의 생각이었지.

爲君扇面摸何物 (위군선면모하물)   그대를 위하여 부채에다 무슨 물건을 그릴까나?

倦鳥閑雲可此行 (권조한운가차행)   게으른 새와 한가로운 구름이 이 행차에 동무가 될

                                                걸세.


작품해설

농암 김창협의 아우인 노가재(老稼齋) 김창업(金昌業.1658~1721)은 산수를 잘 그린

문인이었다. 그의 벗이자 인척이기도 했던 정이 조정만이 광산 군수로 갈 때 김창업의

시골집을 찾아가 부채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며 절구 한 수를 지어 보냈다. 그러자

김창업은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벗의 시에 차운하여 전송시를 써서 돌려보냈다.


벗이 지방관으로 부임해 가는 것이 어찌 속세의 이욕때문이겠는가? 젊은 날에는 벗도

사마상여(司馬相如. BC179~117 ) 같이 큰 포부를 지녔었건만, 조정만은 이제 한낱

작은 고을의 수령이 되어 나가는 길이다. 그런 벗을 위해 깈창업은 무슨 뜻을 담아

송별을 하였는가? 바로 부채에 그린 그림이 답이다.


그가 부채에 그린 그림은 도연명이 오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소나무를 안거나 어루만지는 그림을 무송도(撫松圖)라 하는데 이는 널리 알려진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畵題다. 『귀거래사』중 부채의 그림과 위

송별시와 관련한 구절을 읽어보자.


策扶老以流憩 (책주노이류게)   지팡이에 늙은 몸 기대어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아네.

影翳翳以將入 (영예예이장입)   해는 어둑어둑 곧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배회하네.


김창업은 벗 조정만이 지방관으로 부임해 간 그곳에서 도연명처럼 지내기를 바랐던

것이다.

한편, 김창업이 남긴 시 중에 부채와 관련한 재미있는 시가 또 한 편 전한다.



우는 아이를 그린 부채 그 위에 쓰다- 김창업

畵鳴兒扇(화명아선), 仍題其上(잉제기상), 辛未. 『노가재집』권1


向晩焦庭敞 (향만초정창)   저물 무렵 파초 정원이 시원한데

幽人倚石狀 (유인의석상)   한가한 사람은 돌 펴앙에 기대어 있네.

童子且休扇 (동자차휴선)   얘야 부채질 그만두어라.

松風自作凉 (송풍자작량)   솔바람이 절로 시원하게 불어온단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