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대신 받은 죽순- 이식
동복의 수재(守宰)인 안절이 으레 선물로 부쳐 보내는 부채 대신
생순(生笋) 삽십 본을 보내왔기에 우스개 시로 감사의 뜻을 대신
하다
- 이식. 『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권6
故人不寄掌中珍 (고인불기장중진) 우리 벗님 손 안에 든 진짜 보물은 아껴 두고
却饋盈籃玉笋新 (각궤영람옥순신) 대바구니 하나 가득 죽순만 캐서 보냈구려.
但得淸風生五內 (단득청풍생오내) 그저 맑은 바람 오장에 불면 그만이지
不須揮洒滿衣塵 (불수휘세만의진) 옷의 먼지 굳이 털어 뭐하랴는 뜻이렸다.
瀬向朱門手灸炎 (뢰향주문수구염) 손을 델 만큼 뜨거운 주문의 위세를 몰라보고
休將便面伴書椷 (휴장편면반서감) 공손히 글 써 올리며 편면을 바치지 않다니요.
知君不待靑筠長 (지군불대청균장) 어린 청죽 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서
只坐年來老口饞 (지좌년래노구참) 해마다 그대 입 안에서 결딴 낼 중 내 알겠소.
작품해설
단오절의 최고 선물은 단연 부채였다.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단오절에 맞춰 부채를
임금께 진상하는 것이 관례였고, 임금은 이 부채를 둥인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신하들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썼다. 또한 지방의 수령들은 개인적으로 부채를 지인들에게 선물
하기도 했다.
조선 중기의 문인으호 한문사대가의 한 사람인 이식(李植.1584~1647)은 단오절을
맞아 으레 전라남도 동복 수령으로 가 있는 벗이 부채를 보내오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부채대신 대바구니에 죽순만 담아 보냈다.
첫 수에서는 선물로 부채 대신 보낸 죽순을 보고서 벗의 뜻을 '부채로 옷에 묻은 세속의
먼지만 털 것이 아니라, 죽순을 먹고서 마음부터 맑고 깨끗하게 할 것'을 당부하는
것리라 짐작했다. 벗의 뜻을 헤아려 높고도 부채를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둘째 수에서는 부채 없이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하소연하고 있다. 게다가
대나무를 잘 키워 부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죽순으로 다 먹어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농담조로 힐난하였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