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보내온 대빗자루- 이익
족질 성긍 당휴가 대빗자루를 준 데 사례하다- 이익
謝族姪聖肯堂休惠竹帚(사족질성긍당휴예죽추). 『성호전집』권2
颸颸竹帚寄將來 (시시죽추기장래) 시원스런 대빗자루를 이렇게 부쳐 왔나니
整束琅玕綠日圍 (정속랑간록일위) 푸른 옥 한 다발을 꼭꼭 잘도 묶었구나.
也識山門便杖屨 (야식산문편장구) 또한 알리라, 산문에서 지팡이 짚고 신 신고
爲君重掃落花開 (위군중소락화개) 자네 위해서 떨어진 꽃잎을 거듭 쓸리란 것을.
* 颸颸: 대빗자루호 시원그럽게 마당을 쓸 때 나는 소리인 듯싶다.
작품해설
어느 날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ㅇ 조카 이당휴로부터 대빗자루를 선물
받고서 답례로 시 한 수를 써 보냈다. 조카가 보낸 빗자루는 푸른 옥 같은 대나무를 잘
게 쪼개어 꼭꼭 묶은 대빗자루로 마당을 쓸기에 안성맞춤이었으리라.
3, 4는 '이 빗자루로 우리 집 문 앞을 쓸어 높을 터이니, 자네 어서 오게나'하는 뜻이다.
소박한 생활용품을 보낸 조카의 마음 씀씀이도 맑으려니와 마당을 쓸며 조카를 기다리는
숙부의 마음도 맑고 맑다.
또한 이익은 순흥의 부석사 벽에서 황고산(黃孤山. 조선 중종 때의 명필로, 이름은
기로다)이 장초(초서의 한 가지)로 쓴 시를 다음과 같이 옮겨 적어 높기도 하였다.
一樹桃花一半空 (일수도화일반공) 한 그루 복사꽃 하마 져서 절반이라
不堪狼藉梵王宮 (불감낭자범왕궁) 부처님 궁전 앞에 소복이 깔렸구려.
山僧手把靑鸞尾 (산승수파청란미) 산승은 청란미를 손에 들고서
背却東風掃落紅 (배각동풍소락홍) 동녘 바람 등지고 낙화를 쓰네.
* 靑鸞尾: 대빗자루
이익은 이 시를 옮겨 높고 이렇게 평하였다.
"내가 30년 전에 보니 먹 흔적이 갓 쓴 것 같았으나 다만 자여미가 부족했다. 이는
뒤에 와서 개칠한 듯했으며, 시 역시 좋은데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혹은 바로
고산의 자작이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욈직한 시다."(『星湖僿設』권30)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