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술병이 난 친구에게- 이규보

花雲(화운) 2018. 7. 30. 12:04


술을 보낸 벗에게 사례하다- 이규보

謝友人送酒(사우인송주).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권2



邇來杯酒乾 (이래배주건)   근래엔 술마저 말라 버려

是我一家旱 (시아일가한)   온 집안에 가뭄이 든 것 같았네.

感子餉芳醪 (감자향방료)   고맙네, 그대 좋은 술을 보내 주니

快如時雨灌 (쾌여시우관)   때맞춰 내리는 비처럼 상쾌하네.


작품해설

역대로 술을 몹시 좋아하여 술과 관련한 특별한 시문을 남긴 이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고려 후기의 대표적 시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다. 이규보는 스스로를

세 가지에 빠져 있다는 뜻을 담아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불렀다. 그가 좋아한 세

가지란 바로 술과 시 그리고 거문고였다.

「술을 보낸 벗에게 사례하다. 謝友人送酒」라는 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술을 좋아했

는지 짐작이 간다.


술이 떨어진 것을 가뭄이 든 것이라 하고, 친구가 보내 준 술은 때맞춰 호우라고 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이라면, 또 유독 술 선물을 밝히는 이라면 누구나

이 시를 읽을 때 절로 고래를 끄덕이며 무릎을 칠 것이다.

이규보가 쓴 술과 관련된 편지시 중 단연 압권은 술병이 나서 드러누운 벗에게 시로

써 보낸 기상천외한 약방문이다.



술병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벗에게

戱友人病酒未起(희우인병주미기).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권2


我是老醫能診病 (아시노의능진병)   나는 노련한 의원이라 병을 잘 진단하지.

誰爲祟者必麴神 (수위수자필국신)   누구 때문인가 하면 틀림없이 누룩 귀신일 걸세.

鵝黃五斗晨輕服 (아황오두신경복)   새벽에 아황주 닷 말을 단숨에 마셔야 해.

此藥傳從劉伯倫 (차약전종유백륜)   이 약이 유백륜으로부터 전해 온 비방일세.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