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 이이
산속 -이이
山中
採藥忽迷路 (채약홀미로) 약초 태다 어느개 길을 잃었지
千峰秋葉裏 (천봉추엽리) 천 봉우리 가을 잎 덮인 속에서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산 스님이 물을 길어 돌아가더니
林末茶煙起 (림말차연기)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일어난다.
李珥 (1536~1584)
- 조선 중기의 대학자. 호는 율곡(栗谷). 본관은 덕수이다. 어머니는 사임당 신씨.
- 무려 아홉 차례나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대사간. 대사헌. 이조판서. 병조 판서.
등의 벼슬을 역임하였다.
- 기상이 호탕하고 도량이 넓으며, 성리학에서 이기일원론을 주장하였다.
- 시에도 증해 따뜻한 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남겼다. 문집으로 《율곡전서》
를 남겼다.
작품해설
- 단풍이 물들고 나더니 어느새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어떤 사람이 망태기를 들고 낙엽
쌓인 산속에서 약초를 캔다.
- 정신없이 약초를 캐다 보니 어느개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길
에서 한참이나 들어온 가을 산속이다. 낙엽은 어느개 무릎까지 쌓여오고, 조금전 올라
온 길이 어딘지조차 알 수가 없다.
- 약초꾼은 그만 덜컹 겁이 난다. 어느새 해도 뉘엿뉘엿해졌다.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
가야겠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방향을 알 수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저 건너편 숲 사이로 희끗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하도 반가워 살펴보니
스님 한 분이 물동이에 물을 길어 가고 있는데 스님의 모습이 금세 숲 사이로 사라
지고 말았다 .
- 바로 그때, 스님이 사라진 숲 너머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좀 전에 물을 길어
간 스님이 낙엽을 태워 찻물을 끓이고 있는 모양이다.
-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뛰어난
화가는 그리지 않고서도 다 그린다. 훌륭한 시인은 말하지 않으면서 다 말한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