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땅을 파면 어디서나 물이 나오고 - 묵암 최눌

花雲(화운) 2018. 3. 7. 20:06

땅을 파면 어디서나 물이 나오고 - 묵암 최눌



地鑿皆生水 (지착개생수)   땅을 파면 어디서나 물이 나오고

雲收盡碧天 (운수진벽천)   구름 걷히면 푸른 하늘 드러나는 법

江山雲水地 (강산운수지)   강이나 산이나 구름이나 물이나 땅

何物不渠禪 (하물부거선)   무엇 하나 '선' 아닌 게 어디 있으랴.


默庵 最訥 (1717~1790)

- 조선


작품해설

- 이 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사물은 무엇이나 겉과 속이 구별되니 겉으로 드러

   나는 현상의 세계와 그 속에 간직된 본질의 세계가 안팎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양면을 지닌 사물의 세계가 바로 '선'의 대상이요.

   '선'이 이루어지는 세계임을 제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 실제의 속이 다르게 나타

   나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무엇이나 형체가 있는 사물에는 그 겉껍데기와 속 알맹이

   가 분명히 구별되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껍데기와 알맹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잘 판단하는 것이 큰 숙제의 하나가 되겠다.

- 이 시의 첫째 구절과 둘째 구절에서는 바로 모든 사물이 겉과 속, 껍데기와 알맹이,

   현상과 본질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일차워, 이차원의 평면적 세계에 사로잡혀 있던 시야를 삼차원의 입체적 세계로

   열어주고, 다시 사차원, 오차원의 세계로 터져나가게 시야를 터뜨려주는 것이 '선'

   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짐작된다.

- 그래서 셋째 구절과 넷째 구절에서는 아주 직접적으로 강과 산과 구름과물과 땅을

   비롯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모든 사물이 바로 '선' 아닌 것이 없다고 선언

   하고 있다. 그렇가면 '선'이란 저 산속에 들어가 세상에 눈을 감고 면년이 지나

   도록 벽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坐禪'만이 '선'은 아니라는 말이다. 길을 가면

   '行禪'이 되고 누워서 뒤척이면 '臥禪'이 될 것이다.

- 묵암이 말하려는 것은 '선'을 일상생활과 현실세계에서 유리시키려 들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선'이 될 수

   있다는 '生活禪'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궁금하다.

- '선'이 세상과 사물은 보는 눈을 새롭게 열어주눈 것이라면 그 방법은 눈을 반쯤

   감고 앉아 있고, 어떤 화두하나만 생각하며 모든 생각을 지워버려야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禪詩의 세계

 박문사, 2010